어제는 잠자리 독립과 정리정돈 이야기를 했었는데, 오늘은 수업 전 산책 이야기를 해볼까 해요.

Screenshot

왜 하필 ‘공부 전’ 산책일까

아이 교육에 관심이 많은 부모님이라면 한 번쯤 들어보셨을 텐데, 걷기가 학습 효율에 도움이 된다는 연구는 꽤 많습니다. 걷기 같은 유산소 운동을 하면 학습과 기억을 관장하는 해마가 더 건강한 상태로 회복되고, 신경세포들이 자극을 주고받으며 기억력의 토대가 되는 메커니즘이 활성화된다고 알려져 있어요. 다만 운동을 하는 동안에는 집중력을 담당하는 전전두엽으로 가는 혈류가 오히려 줄어드는 반면, 운동을 마친 직후에는 이 부위로 혈류가 확 늘어나면서 두뇌가 학습하기 가장 좋은 상태가 됩니다. 그래서 전문가들은 공부 ‘중’이 아니라 공부 ‘전’에 운동하는 것을 권합니다.

실제로 미국의 한 대학 연구팀이 초등학생 또래 아이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실험에서도, 20분 정도 빠르게 걸은 뒤에 방해 요소를 무시하고 핵심에 집중하는 능력이 걷지 않았을 때보다 뚜렷하게 향상된 결과가 나왔어요. 저희 아이가 매번 영어 수업 전 학교를 한 바퀴 도는 그 20분이, 알고 보니 꽤 과학적인 루틴이었던 셈입니다.

햇살 좋은 올봄 어느 날, 영어 수업 전후로 아이와 함께 교실 밖으로 나갔습니다. 토마스 헤이니 학교를 천천히 한 바퀴 돌아 다시 교실로 돌아오기까지, 시간은 대략 20분 정도 걸려요.

산책하는 동안 아이는 그날 학교에서 있었던 일들을 이야기하기도 하고, 평소 궁금했던 것들을 자유롭게 꺼내놓기도 합니다. 선생님도 다정하고 친근하게 아이의 이야기를 최우선으로 들어주시다 보니, 대화가 좀처럼 끊이질 않아요. 그래서 예정했던 시간보다 산책이 조금 더 길어지곤 하는데, 그게 오히려 아쉬우면서도 반가운 일이랍니다.

산책을 마치고 들어와 수업을 시작하면, 마음의 스트레스가 한결 줄어들고 공부에 집중하는 데도 좋은 결과로 이어져요. 매번 수업 전에 산책을 하는 건 아니지만, 날씨가 좋은 날에는 짧은 시간이라도 되도록 걸으려고 합니다. 공부에도 도움이 되고, 정서적으로도 참 좋거든요.

나란히 걸을 때 열리는 대화

사실 아이들이 마음속 힘든 이야기를 꺼내는 건 쉬운 일이 아니잖아요. 마주 보고 앉아 “오늘 무슨 일 있었어?”라고 물으면 오히려 입을 닫는 경우가 많은데, 신기하게도 나란히 걸으면서 이야기하면 훨씬 더 편하게 속마음을 꺼내더라고요. 눈을 마주치지 않고 같은 방향을 보며 걷는 것 자체가 아이 입장에서는 부담이 훨씬 덜한 대화 방식이라고 해요. 그래서인지 밖에서 함께 걷다 보면 자연스럽게 힘들었던 이야기도, 가족과의 좋은 추억도 스스럼없이 흘러나옵니다. 그 시간을 통해 아이와의 친밀감도 한층 깊어지는 걸 느껴요.

혹시 아이와 대화가 잘 안 통해 고민이신 부모님이라면, 정색하고 이야기 나누는 시간보다 짧게라도 같이 걸어보는 시간을 만들어보시는 걸 추천드려요.

영어 수업 전이든, 저녁 식사 후 짧은 시간을 내서든 — 산책은 짧지만 어쩌면 하루 중 가장 의미 있는 시간이 아닐까 싶습니다.

오늘 올리는 사진은 학교를 산책하며 선생님의 손을 잡고 걸어가는 아이의 뒷모습을 담은 거예요. 어떠세요?